나는 디지털 노마드가 될 수 있는가?
디지털 노마드 : 일과 주거에 있어 유목민(nomad)처럼 자유분방함을 갖추면서 창조적 사고방식을 갖춘 사람들을 뜻하며, 이들은 디지털 장비를 사용해 위치에 구애받지 않고 생산성을 증대시키며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가진다.
프랑스 사회학자 자크 아탈리가 <21세기 사전>에서 '21세기는 디지털 장비를 갖고 떠도는 디지털 노마드의 시대'라고 규정하면서 본격적으로 쓰이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디지털 노마드는 사진처럼 푸른 바다가 보이는 해변가에 앉아 파라솔 아래서 노트북으로 작업하며 해외에 있는 클라이언트와 대화하고, 이메일을 주고 받다가, 내 친한 친구와 아내가 부르면 일을 멈추고 로컬양식으로 지어진 밀짚오두막에 들어가 로컬푸드를 먹는 삶이었다.
장소의 제약에서 벗어난 삶,
내가 원할 때 일하고, 싫을 땐 일하지 않으며,
항상 새롭고 신선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삶.
1년전에 디지털 노마드라는 단어를 접했을 때는 딱 이렇게 생각했다. 이글을 보는 이들도 나와 비슷하게 생각하며 구글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을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정의다. 언제나 그렇듯, 새로운 생활양식은 화려하고 좋은면만 보여주면서 우리를 유혹한다. 아직까지 내가 디지털 노마드는 아니지만, 가능성을 꿈꾸며 나가고 있는 사람으로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적어보려 한다.
왜 사람들은 디지털 노마드가 되려하는가?
사람들이 디지털 노마드가 되려는 이유는 3가지다.
업무 자율성과 권한
업무 시간의 유연성
업무 장소의 유연성
사람은 자율성과 권한을 가질때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실현할 수 있으며, 성장 가속도도 최대가 된다.
자율성과 동기부여의 관계 [라이프&팁/도서 후기] - [도서후기] 완공 도서후기 -2-
몰입하는 순간이 사람마다 다르다. 아침형 인간과 올빼미형 인간은 시간마다 효율이 다르게 나타난다. 단 1시간을 일해도 자신이 몰입할 수 있을 때하는 것이 일의 완성도와 성취감을 높여준다.(우리나라의 노동생산력이 최하위인것도, 사람을 고려하지 않고 기업에 맞춘 근로시간이 아닐까 잠시 생각한다.) 인생의 시기마다 '써야만 하는 부수적 시간'이 있다. 아기를 돌보는 시간, 등원보내는 시간 등 대체로 가족과 관련이 있으며, 급할 때 땡겨쓸 수 있는, 에너지드링크와 같은 시간이 많이 필요한 사람도 있다.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 또한 일의 집중도를 좌우한다.
천장 높이에 따른, 창의성증가 [라이프&팁/도서 후기] - [도서후기] 완공 도서후기 -3-
집에서 집중이 안되는 청소년이 있는가 하면, 학교보다는 학원이 집중이 잘되기도 하고, 까페든 클럽이든 주변의 소음과 상관없이 자신의 몰입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사람도 있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장소도 다양하다.
근무를 하되, 내가 덜 지루하고, 몰입하며, 성과도 최고로 낼 수 있는 방식을 선택한다는 게 최고의 장점이다. 연봉을 깎아서 라도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일하고 싶은 세대가 우리 세대고 그 다음 세대이다. 개인적 편리성과 행복을 찾는 비중이 더 높아진 까닭이다.
디지털 노마드는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일할 수 있다?
일단, 디지털 노마드 또한 남들과 다름없이 일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전제조건부터 분명히 하자. 돈이 많아 일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은 디지털 노마드가 될 필요가 없다. 그들은 취미로 일을 하는 사람들이니, 이 조건에는 맞지 않다.
일을 한다는 것은 거래의 결과물로,
근로 = 재화
라는 공식처럼 일반 근로자와 똑같이 적용된다.
돈을 주는 사람(클라이언트)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사람(프리랜서)이 있으며, 이들은 중개사이트에서, 메신저에서, 이메일에서든 접촉해야 한다. 지구반대편에 있다면, 나는 클라이언트의 생활패턴에 맞춰서 일어나야하며, 그 시간은 늦은 밤이나 새벽이 될 수도 있다.
마감시간도 존재한다. 내가 클라이언트든, 프리랜서든 시간이라는 제약은 똑같이 받게 된다. 마감시간에 따른 나의 시간도 제한적이기에 하루를 놀면, 그다음날은 그 몫까지 해내야 한다.
그렇다면 장소에 얽매이지 않을 순 있겠지?
장소라는 요인은 다행히도 시간보다는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집이나 근처 까페에서 업무를 보던 이들은 점차 다른곳으로 이동했고,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이 아니라도 인터넷되는 어디서든, 머무르며 일을 하게 되었다.
인류의 기술발전은 이미 충분히 장소와 상관없게 될 정도로 진화했다. 나만 보더라도 회사에서 바로 옆 동료에서 말을 하기보단 얼굴을 보지 않고, 메신저로 대화할 때가 있다. 기록으로 남기거나, 요청할때에 확실한 의사전달이 되고, 또한, 둘의 대화라 할지라도 다른 사람들의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기에 메신저에서 하는게 합리적이다. 바로 옆에 있는 동료와 이야기를 하지 않고 업무를 볼 수 있게 되었기에, 디지털 노마드가 가능한 것이다.
자기가 원하는 장소라면, 해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충분하다. 동해바다를 보면서 근무하거나, 노을빛 받아 황금으로 물드는 순천만을 보면서 근무해도 된다. 주거 및 생활비가 저렴한 해외에서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노마드의 삶은 해외여행을 온 관광객과는 다르다. 노마드는 일상을 해외에서 보내는 것이고, 관광객은 '휴가'를 보내러 해외로 온다. 체류기간은 노마드가 훨씬 길다.
태국의 치앙마이나 독일의 베를린, 헝가리의 부다페스트, 인도네시아의 발리, 콜롬비아의 메데인, 태국의 방콕 등 인터넷사용환경과 의사소통이 잘되며 외국인이 지내기에 좋은 곳에서 체류하면서 일하는 자유와 생활자체를 겸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하면, 디지털 노마드는 도시의 아파트와 시골의 전원주택 중에 어느것을 선택하느냐와 같은 질문이다. 그들 또한 근로자임을 잊으면 안된다.
디지털 노마드는 그냥 프리랜서 아냐?
나 또한 디지털 노마드는 좋은표현인거고, 그냥 삶이 불안정한 프리랜서가 아닌가 생각했는데, 이것은 좁은 의미로만 맞는 표현이다. 2010년 미국 인구조사에서는 근로자 전체의 절반 이상이 원격근무를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기업에 속해 있으면서, 자유롭게 유연성을 가지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세대가 바뀌면서 이런 환경을 선호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 재차 반복하지만, 디지털 노마드도 똑같이 경제활동하며, 일상생활을 하는 평범한 사람들이며, 그들 스스로 디지털 노마드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디지털 노마드의 어두운 면, 젠트리피케이션
즐겨보았던 알쓸신잡 신라의 밤 편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을 언급한 적이있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
구도심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을 이르는 용어
-tvN 알쓸신잡 신라의 밤-
디지털 노마드로 인해, 개발도상국을 비롯한 후진국이라 불리는 곳으로의 이동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생기는 문제점이다. 자기에게 보다 적합한 환경을 찾아 이동함으로 자신의 삶을 개선시키는 것은 자유지만, 자신의 행복을 찾는 사람이 제한된 도심에 많아지면서 현지에 악영향을 끼쳤다. 상대적으로 부유한 사람들이 후진국으로 몰려가 인터넷으로 돈을 벌고, 지리적인 이점으로 차익을 노리는 점, 개발도상국의 인프라를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을 하는 것이 과연 도의적으로 옳은가도 생각해봐야 한다.
부유한 사람들이 한곳에 몰리면서 임대료가 올라가고 원주민들이 사라지면서, 오히려 도심에 외국인이 더 많아지는 곳도 생기고 있다. 또한, 나라마다 다른 법체계와 세금을 우회하는 방법들을 교묘하게 이용하며, 불법과 합법사이를 넘나드는 자들도 있어서 현지인들에게 큰 반감을 사는 노마드들도 있다.
대인관계
디지털 노마드의 이상한 측면은, 내가 원하는 삶을 살지만,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
특히나, 대인관계에서는 이러한 부분이 두드러지는데, 가장 친한 친구와 가족들을 1년에 두 세번 본다는 것이다. 감정적인 깊이와 유대감이 부족해 질때, 관계의 흐름은 원만해지지 않는다. 자신의 행복감은 증진시키고 고취시키지만, 자신과 연관있는 사람들에겐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생활 방식이 달라짐으로써 생기는 이야기거리, 고민, 경험들은 서서히 달라진다.
물론, 이것은 스카이프나 화상통화를 통해서 극복되어 질 수 있고, 나도 부모님을 보는 것은 1년에 10번도 안되기에 분명한 문제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이러한 외로움은 언제든 가시로 작용한다.
선택은 본인의 몫
디지털노마드는 자신의 선택이다. 회사건물에서 동료들과 일을 하는게 즐겁고 편한 사람은 그렇게 하면되고, 내 생활패턴은 기업의 '특수한' 문화와 맞지 않으면,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생각하며, 준비하면 된다.
중요한 점은, 내가 정말로 누구인지를 내 자신이 알아야 한다. 나를 잘안다고 생각하지만, 기호와 선호도가 아니라 '일에 관한' 나 자신은 모를 수도 있다. 유목민으로서의 내가, 내 가족이 더 나은 삶을 살수 있을지, 혹은, 나에게 맞지 않는 환상에 혹해서 고생하다 인생을 멀리 되돌아가는 것은 아닌지를 고민해봐야 한다. 흔히 하는 말로 '공짜점심은 없다.'라고 말들을 한다. 어쩌면 이것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좋은 족쇄를 선택하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이 글은 책 완공, 디지털노마드, 마크맨슨의 글 참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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