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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팁

남자 제모 후기 일회차

by 환상구르 2017.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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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남자의 제모 후기 -1-



나는 숱이 많다. 다 많다. 정말 많다.

2차성징을 겪으면서 내 다리에서 머리카락이 자라나는걸 보고, 내 사타구니가 아마존 밀림이 되는걸 보면서 부끄러웠다.

중학생때, 체육시간만 되면 체육복으로 갈아입는게 스트레스였다.

고등학교-대학교때부터 턱수염을 하루에 한번 면도하지 않으면 그 다음날은 임꺽정이 되었고, 당일면도했어도, 저녁에는 아주 쎈 사포에 문지르는 것 마냥 엄청 까끌까끌하게 수염들이 자라있었다.


20대중후반이 되고 내몸에 털들이 점점 익숙해질무렵에 라섹을 했다. 그리고나서부터 내 방에 뭉쳐진 털실들이 굴러다니는게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구석이라고 생각되는곳엔 정말 까맣게 털들이 먼지와 함께 뭉쳐있었다.


그때부터 제모를 하면 어떨까 생각을 하다가, 이번 추석에 큰맘 먹고 제모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제모부위는 다리전체였고, 인터넷검색을 해보니 부위별로 가격이 달랐다.

처음에는 강남으로 가려고 했는데 제모 후, 쿨링시간이 중요할 것 같고 한번 하면 5회정도는 해야 효과가 있다는 말에 가까운곳을 알아봤다. 병원은 3곳으로 압축하고, 카톡을 통해서 가격을 알아봤다. 그리고 알게된 사실은 '영구제모는 없고, 털이 나는 양을 줄일 수 있는 제모가 현재 시중에서 시술되고 있다' 라고 한다.


그리고 결정한 가격이 아래와 같다.


한부위당 5회기준


엉덩이 (부가세포함 44만원)

다리전체 (허벅지 +무릎 + 종아리=82만원)

(11만원)


총합 137만원




예전에 70만원 x 3회라고 들었던적이 있었던 터라 그것보다 싸구나.. 라고 했지만, 백만원단위가 되는걸보니 잠깐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더이상 털들을 내 인생에서 신경쓰고 싶지 않기 때문에 시술날짜를 확정했다.




다리에서 머리카락이 자라나는 내 몸뚱아리






시술1일차 : 


회사가 추석연휴 전날엔 빨리 마치기 때문에 회사끝나자마자 병원을 방문했는데, 아뿔사. 추석연휴에 피부과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을 줄은 정말 몰랐다. (평소에 피부과를 가봤어야..) 쇼파에 앉을 자리가 없어서 로비에 서있거나 벽에 기대 서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글을 보시는 분들은 가능하다면 피부과는 평일 오전에 가시는걸 추천한다.)


내 이름을 호명해서, 프론트로 가니 오늘 시술에 대해서 얘기해 준다고 했다. 


"오늘 시술하실 내용과 부위는 종아리, 무릎, 허벅지, (갑자기 소곤거리며) 엉덩이, (손가락으로 서류를 가리키며) 항문 이고, 가격은 126만원입니다." (발은 나중에 추가했다.)


결제하고 있는데, 다른 간호사가 환자분 혹시 제모하시고 오셨냐고 하길래 안하고 왔다고 했다. 그러자 물어보던 간호사가 프론트에 앉아있는 다른 간호사에게 환자분 면도 좀 해주셔야겠다고 했다. 내가 프론트에 있는데, 그말을 들은 간호사는 "제가요?" 라고 하며 표정이 썩좋지 않았다. 둘의 대화를 내 앞에서 하고 있는데 좀 수치스러웠다.


20분뒤에 시술실로 들어갔고, 찍찍이로 붙였다 떼었다 할수있는 치마환자복을 주며 갈아입으라고 했다. 하의와 팬티를 벗고 치마환자복으로 갈아입고 누워있었다. 그리고는 또 10분이 흘렀다. 간호사는 엎드려라고 말했고, 바리깡으로 면도를 했다. 면도하면서 하는말이 제모를 할땐 면도를 하고 오셔야된다고 했다. 나는 전화나 카톡으로 상담을 했지만, 그 전날 제모에 관한 어떤 얘기도 듣지 못했다고 했다.


다리의 앞부분이 다 끝나갈때쯤, 다른 간호사가 들어오면 다 끝났냐고 면도하던 간호사에게 말을 했고, '이제 앞판이 끝났고, 뒷판해야한다.'라고 했다. 


앞판, 뒷판


내 상황이 특수해서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저 말도 수치스럽게 들렸다. 그리고는 허벅지 면도를 하다가 사타구니쪽 허벅지가 바리깡에 긁혔다. 간호사는 이거 집에가셔서 약바르시면 낫는다고 친절하게 말해줬다. 너무 친절해서 어이가 없었다. 그렇게 이 상황에 대해 자포자기할때 즈음, 드디어 의사가 들어왔는데 지금 볼 사람이 있고, 대기인원잉 있으니, 나중에 다시 들어와서 제대로 시술을 시작하자고 말했다. (그러면 대체 예약은 왜 하는건가?)


또, 20분. 


나갔던 간호사가 다시 들어와 차가운 액체를 바르고, 이제서야 레이저 시술을 시작했다.





이게 이렇게 아프고 따가운건지 몰랐으니, 수술대에 올랐지, 알았으면 안했다. 


족집게로 털을 20개를 한번에 뽑는 따가운 느낌이 딱 바깥피부, 외피부분에만 통증을 주는게 너무 아팠다. 차마 비명을 지를 수 없어서, 인상만 찌푸리다가 나중에는 얼굴을 부여잡고 고통을 참았다. 레이저시술이 털을 태우는데 정말, 불로 지지는 것과 같은 느낌의 고통이었다. 물론 불로 지지는 것을 직접경험해보진 않았지만, 이런종류의 고통은 내 평생처럼 느끼는 끔찍한 고통이었고 오징어굽는 냄새 또한 방안에 진동을 했다. 


고통받으면서 듣기로는, 레이저가 검은색에 반응해서 레이저를 쏘고 그 검은색을 타고 흘러가서 모낭을 태우는 원리라고 했다.


엎드려있는 상태에서 한쪽 종아리를 레이저로 쏘고나면, 의사는 다른 종아리를 태우러가고, 레이저맞은 종아리는 간호사가 차가운수건으로 덮어 식혀줬다. 그렇게, 종아리, 무릎, 허벅지까지 시술하면서 올라오다가 엉덩이와 응꼬쪽은 털을 못깍아서 다음에 깍고 오시면 그때 시술을 세밀하게 하자고 했다.


고통속에서 나는 무조건 다음고통을 뒤로 미룰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모든 시술을 끝내고 집으로 왔다. 제모된 내 다리는 어떤모습일까 기대하면서  거울앞에 섰는데, 세상에 마상에...

몸보신하려고 털뜯은 닭살같았다. 면도는 띄엄띄엄 되어있고, 닭살처럼 우들투들 거리면서, 면도때문인지 제모때문인지 벌겋게 익은 부위도 보였다.


정말 이렇게 하는게 맞나 싶을정도로 다리의 제모 상태가 엉망이었다.



1회차 전체 시술 후 : 듬성듬성한 털들


의사와 간호사는 원래 1,2회정도 할때는 잘모르고, 3회때부터 효과가 있다고 얘기하니까 그런가보다 싶지만, 목욕탕이나 수영장을 그꼴로 간다면 나는 수치심에 빠져죽고 말, 그런 모습이었다. (왜 냥이나 댕댕이들을 털깍고나면 보호대를 씌우는지 알겠더라.)


2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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